나무 도마가 플라스틱 도마보다 비위생적이라는 말은 흔히 듣지만, 사실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. 오히려 나무 도마가 더 위생적이라는 실험 결과도 있고, 반대 결과도 있어서 연구마다 엇갈립니다. 분명한 건 도마 위생은 재질보다 어떻게 쓰고 관리하느냐에 더 크게 좌우된다는 점입니다.

먼저 왜 "나무가 더 비위생적"이라는 인식이 생겼는지부터 보겠습니다. 나무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, 칼집 사이로 물기와 함께 세균이 스며들면 잘 안 빠질 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. 반면 플라스틱은 물을 안 먹고, 끓이거나 표백제로 소독하기도 편하니 더 깨끗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. 이 짐작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.
그런데 실제 실험에서는 결과가 그리 단순하지 않았습니다. 미국 한 대학 식품안전 연구팀이 새 도마와 오래 쓴 도마에 식중독균을 묻힌 뒤 비눗물로 닦아보니, 나무 도마는 새것이든 헌것이든 표면의 균이 대부분 사라졌습니다. 반면 칼집이 많이 난 중고 플라스틱 도마는 씻은 뒤에도 흠집 사이에 균이 남아 있었습니다. 나무가 세균을 안쪽으로 끌어들여 가두고, 마르면서 그 균이 죽는다는 해석입니다.
물론 반대 결과도 있습니다. 다른 연구에서는 플라스틱이 항균력을 보였다는 결과, 재질 간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결과도 나왔습니다. 그래서 "무조건 나무가 낫다"고 말하긴 어렵고, 적어도 "플라스틱이 당연히 더 위생적"이라는 통념은 근거가 약하다는 정도가 맞습니다.
도마 재질별로 흔히 말하는 장단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.
도마 재질별 특징 정리
| 재질 | 특징과 약점 |
| 나무 | 칼날에 부드럽고 항균 해석도 있음. 다만 갈라지면 교체 필요, 식기세척기·장시간 침수에 약함 |
| 플라스틱 | 가볍고 소독 편함. 칼집 많이 난 오래된 것은 흠집 사이 세균이 잘 안 빠짐 |
| 유리·세라믹 | 흠집이 거의 안 나 관리 쉬움. 대신 칼날이 빨리 상하고 미끄러워 주의 필요 |
표에서 보이듯 어느 재질이든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씩 있습니다. 결국 재질을 고르는 것만으로 위생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.

재질보다 중요한 건 이 세 가지입니다
도마 위생에서 실제로 차이를 만드는 건 다음 세 가지입니다.
첫째는 칼집 상태와 교체 시점입니다. 재질과 상관없이, 칼집이 깊게 파이고 표면이 거칠어진 도마는 그 틈에 세균과 물기가 남기 쉽습니다. 플라스틱이든 나무든 흠집이 눈에 띄게 많아졌으면 바꿀 때가 된 겁니다. 특히 칼집 사이가 거뭇해지거나 아무리 닦아도 냄새가 가시지 않으면 교체 신호로 보면 됩니다.
둘째는 재료별로 나눠 쓰는 것입니다. 사실 재질 논쟁보다 이게 훨씬 큽니다. 생고기나 생선을 썬 도마에 그대로 채소나 과일을 썰면 균이 옮겨가는 교차 오염이 생깁니다. 도마를 두 개 이상 두고 익히지 않고 먹는 채소·과일용과 날것의 고기·생선용을 구분하는 것만으로 식중독 위험이 크게 줄어듭니다. 양면 도마라면 한쪽은 채소, 다른 쪽은 고기로 정해두면 됩니다.
셋째는 세척 후 말리기입니다. 씻는 것보다 말리는 걸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. 물기가 남은 채 세워두거나 겹쳐두면 그 습기에서 세균이 다시 늘어납니다. 닦은 뒤에는 통풍이 잘 되게 세워 완전히 말려야 합니다. 나무 도마는 햇볕에 오래 두면 갈라질 수 있으니 그늘에서 바람으로 말리는 편이 낫고, 물에 오래 담가두거나 식기세척기에 넣는 건 피하는 게 좋습니다.
흔히 하는 오해 몇 가지
도마를 두고 잘못 알기 쉬운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.
첫째, 나무 도마는 비위생적이니 무조건 플라스틱이라는 생각입니다. 앞에서 봤듯 근거가 분명하지 않습니다. 오히려 오래 써서 칼집이 잔뜩 난 플라스틱 도마가 더 신경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.
둘째, 끓이거나 표백제로 소독하면 끝이라는 생각입니다. 소독은 도움이 되지만, 표면이 깊게 파인 도마는 소독 후에도 틈에 균이 남을 수 있습니다. 소독은 멀쩡한 도마를 더 깨끗하게 유지하는 수단이지, 망가진 도마를 되살리는 방법은 아닙니다.
셋째, 비싼 원목 도마면 평생 쓴다는 생각입니다. 나무도 결국 유기물이라 오래 쓰면 갈라지고 닳습니다. 관리를 잘 해도 영구적이지는 않으니, 상태가 나빠지면 재질과 상관없이 바꾸는 게 맞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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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래서 어떤 도마를 쓰면 될까
정리하면, 재질은 취향과 쓰임에 맞춰 고르면 됩니다. 칼날을 아끼고 싶고 손맛을 중시하면 나무, 가볍고 소독이 편한 걸 원하면 플라스틱이 무난합니다. 어느 쪽이든 칼집이 심해지면 바꾸고, 재료별로 나눠 쓰고, 쓴 뒤 바짝 말리는 것. 이 세 가지를 지키면 재질이 무엇이든 위생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.
(참고로 위 내용에서 인용한 연구 결과들은 기관마다 결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어, 특정 수치보다 경향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습니다.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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